
드디어 우리 나라에도 애자일 코칭을 제대로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엄청나게 끝내주는 애자일 코칭 (Extraordinarily Badass Agile Coaching)》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저는 최근 몇 년 간 애자일 코치라는 직업을 업계에서 제대로 인식되어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그 가치를 제대로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 책의 번역은 그러한 노력 중 하나입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한 발자국을 더 내딛을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
애자일 코칭이 왜 본질적으로 오해 투성이인지, 나는 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지, 애자일 코치로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책 앞쪽에 포함되어 있는 옮긴이의 글을 아래에 그대로 다시 재수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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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일단 자기 반성부터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애자일 코칭이 무엇인지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심지어 모른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궁색한 변명을 하나 하자면, 애자일 전반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본질적 특성이 있습니다.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애자일 코치라는 직업에는 모호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애자일 코칭·코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이러한 오해와 혼란을 해소하고, 우리가 기대하는 애자일 코칭에 대한 높은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책입니다.
불확실성은 애자일의 본질적 특성이다
애자일은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서 탄생하고 진화해 온 창발의 산물입니다.
혼돈의 가장자리란 질서와 혼돈 사이의 경계선, 즉 시스템이 완전한 질서를 이루지 않으면서도 무질서 상태로 붕괴하지 않는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점을 말합니다. 이곳에서 시스템은 스스로 조직화하고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 냅니다. 아이디어와 혁신이 생겨나고 변화와 전환을 통해 이전에 는 없던 가능성이 열립니다.
애자일은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지배하는 환경 속에서 기존의 경직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애자일이 어떤 특정 개인이나 조직에 의해 미리 설계되거나 계획된 것이 아니라, 복잡계에서 창발의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출현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애자일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며, 때로는 복잡하고 모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애자일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며, 그로 인해 적용 과정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합니다. 애자일의 진화는 그 불확실성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는 힘과 과도한 질서에 저항하는 힘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어 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애자일이 본질적으로 고정불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애자일은 수많은 조직이 처한 상황과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전문 분야와 달리 역량, 교육, 인증 등을 통제하는 중앙 조직이 없었는데 그로 인해 강력한 창의성과 유연성을 얻었지만 동시에 혼란과 오해를 낳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애자일 코칭이나 애자일 코치 역시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전 세계 애자일 커뮤니티에서 애자일 코칭을 좀 더 명쾌하고 이해하기 쉽게 정의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규범적 특성과 지나친 질서를 반대하면서 애자일 코칭이 집단 지성을 통해 자연스럽게 진화하리라고 믿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는 크게 환영받고 많은 이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아이디어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사라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변화하면서 주류를 차지했던 아이디어가 뒤로 밀려나기도 하고, 예전에는 미약했던 움직임이 적당한 시기를 만나면 다수의 의견으로 자리 잡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갈등, 다툼, 논쟁, 융합, 모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애자일은 커뮤니티 내에서 이런 식으로 성장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애자일은 다양한 생물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거듭된 진화를 거쳐 생존하거나 도태되면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와 같습니다. 이것이 애자일의 본질적 특성이자 그 생명력의 핵심입니다.
이 책을 번역하게 된 동기
스스로를 ‘애자일 코치’라고 부르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애자일 코칭이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애자일 코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요? 한동안 이 의문에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 찾아와서 어떻게 하면 애자일 코치로 성장할 수 있느냐고 물어볼 때에도 만족스러운 조언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애자일 코치를 생각했을 때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지 사람들에게 질문해보면 스크럼, 칸반,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같은 애자일 방법론을 사용해서 소프트웨어 등 제품 개발 프로젝트를 이끌어 가는 사람, 즉 애자일 방법론을 적극 활용하는 프로젝트 관리자의 모습을 주로 떠올립니다. 또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주변 다른 이들에게 애자일을 적극적으로 전파하고 알려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완전히 틀린 설명은 아니지만 이런 이미지는 애자일 코치라는 전문직이 포괄하는 엄청나게 광범위한 영역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깨닫게 되겠지만, 애자일 코치는 상당히 다양한 역량을 고루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애자 일을 전파하겠다는 열정만으로는 그 사람을 애자일 코치라고 부르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불확실하고 애매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 애자일 커뮤니티에서 애자일 코치라는 전문직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 왔고, 애자일 코칭의 모습도 훨씬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언어적인 이유로 전 세계 애자일 커뮤니티와는 다소 동떨어져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거나 동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기로 한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책은 현재 시점에서 애자일 코칭이 어떤 모습인지 가장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크게 다를 수 있습니다.
애자일 코칭은 애자일 팀을 코칭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고 적용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애자일 코치가 되기 어렵습니다. 애자일 코치란 전문 코치, 퍼실리테이터, 컨설턴트, 멘토, 교사·강사, PO·PM, 변화 관리자, 리더 등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전문 분야를 아우르는 새로운 직종이며 모든 체인지 에이전트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훌륭한 애자일 코치는 이처럼 다양한 페르소나를 고루 갖추고 있으며, 필요할 때 상황에 맞는 최적의 페르소나를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등장시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책 본문에서 한 구절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애자일이든 아니든 분명히 이 세상에는 끝내주는 애자일 코치가 더 많이 필요하다.” 100% 동의합니다. 애자일이든 아니든 더 좋은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를 위해 자신과 주변을 성장시키고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과정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애자일 코치로 성장하고 싶다면
애자일 코치로 성장하는 데 한 가지 정해진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관련 논의의 흐름을 살피다 보면, 현 시점에서 가장 널리 인정받는 애자일 코칭 및 애자일 코치의 개념을 좀 더 체계적이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한 필수 참고 자료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도서
한국어판이 출간된 애자일 코칭 관련 도서로 두 권을 추천합니다.
- 《애자일 팀 코칭》 : 2010년에 리사 앳킨스가 집필한 이 책은 모든 애자일 코치가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다만 출간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애자일 코칭 개념이 막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애자일 코치라는 전문직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책에 가깝습니다. 애자일 코칭의 현재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후에 나온 다른 자료들을 함께 참고해야 합니다.
- 《엄청나게 끝내주는 애자일 코칭》 : 바로 이 책입니다! 앞으로 애자일 코치는 이 책을 읽은 이와 그렇지 않은 이로 나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역량 모델
진정한 애자일 코치로 성장하고 싶다면 다음 두 가지 역량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자일 코칭 역량 프레임워크’를 보면 애자일 코칭의 출발점을 이해할 수 있고, ‘애자일 코칭 그로스 휠’을 통해서는 현재 모습이 어떤지 엿볼 수 있습니다.
- 애자일 코칭 역량 프레임워크(애자일 코칭 연구소) : 2011년에 리사 앳킨스가 자신의 저서 《애자일 팀 코칭》 의 아이디어를 발전시 켜 이를 기반으로 마이클 스페이드와 공동으로 발표한 최초의 애자일 코칭 역량 모델입니다. 하지만 완전한 역량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이름 그대로 대략적인 뼈대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이후 수많은 애자일 실천가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중요한 모델입니다. 이 책의 3장에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 애자일 코칭 그로스 휠 : 이 책 전반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중심 모델입니다. 그 너비와 깊이 면에서 사람을 다소 압도하는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애자일 코칭 역량 프레임워크와 비교했을 때 이를 기반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애자일 코치가 갖춰야 할 역량과 그 수준을 더욱 완전하게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증
당연히 인증이 애자일 코칭 역량을 입증해 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증이 전혀 쓸모없다는 인증 무용론자의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인증은 마치 운전면허증과 같습니다. 운전면허증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 있고 앞으로 운전 실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출발선에 섰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듯이, 애자일 코칭 인증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애자일 코치로서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도달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현 시점에서 시장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고 의미 있는 애자일 코치 인증 기관은 ICAgile과 스크럼 얼라이언스 두 곳이 있습니다.
- ICAgile : ICAgile에서는 ‘애자일 팀 코칭’과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코칭’이라는 두 가지 학습 트랙과 인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인증 교육 과정 참여와는 별개로, 웹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Learning Outcomes’ 문서를 살펴봐도 큰 도움 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애자일 팀 코칭: https://www.icagile.com/track/agile-team-coaching
- 엔터프라이즈 애자일 코칭: https://www.icagile.com/track/enterprise-agile-coaching
- 스크럼 얼라이언스 : 스크럼 얼라이언스에서는 ‘인증 팀 코치’와 ‘인증 엔터프라이즈 코치’라는 두 가지 애자일 코칭 인증을 제공합니다. ICAgile과 달리 스크럼 얼라이언스 인증에는 별도 교육 과정이 없으며, 자격을 이미 갖춘 사람이 지원서를 제출하면 심사 후 인증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심사 요청을 위한 ‘Certification Requirements’ 문서를 살펴보면 애자일 코치로서 향후 학습과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CAC
컨그루언트애자일은 ICAgile의 애자일 팀 코칭 트랙의 승인을 받은 국내 유일의 인증 애자일 코치 성장 프로그램인 CAC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다음 링크에서 알아보세요!
https://cac.congruentagile.com/
윤리 강령
초반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떤 직업에서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다 보면 직업 윤리 강령의 존재 유무가 매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윤리 강령이 없는 공무원, 의료인, 교사, 군인, 종교인 등을 상상할 수 없듯이 애자일 코치에게도 윤리 강령과 이에 대한 존중이 극히 중요합 니다.
- 애자일 코칭 윤리 행동 강령(애자일 얼라이언스) : 애자일 얼라이언스는 애자일 세계의 정점에 있는 조직이지만 다른 전문 분야와 달리 중앙에서 통제하는 역할을 하지 않으며, 애자일 그 자체나 애자일 코칭 또는 이에 필요한 역량도 정의하지 않고, 그 어떤 교육이나 인증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애자일 얼라이언스는 자발적인 실천가들과 그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최소한의 역할만 담당하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하지만 애자일 코칭 윤리 강령을 마련하는 데에는 두 팔 걷어붙이고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만큼 애자일 코칭에서 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자일 코칭 윤리에 대해서는 이 책의 4장에서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감사의 글
농담 삼아 번역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인내심으로 하는 거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번 책은 이전에 번역했던 다른 책들보다 작업을 마치기까지 유독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만큼 번역 과정에 도움을 주셨던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감사 한 마음이 이전에 다른 번역 작업을 했을 때보다 더 깊습니다.
제일 먼저 제가 애자일 코치로서 활동하고 성장하는 데 항상 아낌없는 지원과 응원을 보내 주시는 권원상 님과 유지은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비전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는지 모릅니다.
또한 불확실성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CAC 1기 과정에 과감히 함께해 주신 이한준 님, 유종현 님, 박의경 님, 박민렬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과정을 이끌면서 느꼈던 네 분의 진정성과 열정에 큰 공감을 느끼며, 앞으로 있을 애자일 코치로서의 여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추천의 글을 써 주신 한스코칭의 한숙기 대표님, 쿠퍼실리테이션그룹의 구기욱 대표님,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의 장은지 대표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전문 코칭, 퍼실리테이션, 컨설팅 등 각자의 분야에서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가 세 분이 이 책을 읽고 추천해 주셔서 마음 든든합니다.
만나고 대화를 나눌 때마다 새로운 배울 점을 발견하게 되는 김상학 코치님도 고맙습니다.
아홉 분이 함께 이 책의 원고를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신 덕분에 더 좋은 책이 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전문 애자일 코치의 길을 간다는 것은 많은 불확실과 불안정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 주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에게도 마음속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10월
조승빈, 애자일 코치 겸 컨그루언트애자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