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BOK 7판의 변화는 급진적 전환이었습니다. 8판은 사상과 실천의 통합입니다.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 체계에 비판적이었던 애자일 코치로서, 최근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의 행보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7판이 프로세스를 버리고 ‘원칙’으로 급진적 선회를 했다면, 이번 PMBOK 8판은 그 사상을 실천과 통합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는 ‘가짜 성공’을 수없이 목격해온 저에게, 이번 8판의 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6판 이전의 PMBOK: 폭포수의 요새에서 애자일의 수용까지

PMBOK의 역사는 사실 ‘불확실성’을 어떻게든 표준 안에 편입시키려 했던 고군분투의 기록입니다.

버전 주요 변화 및 특징 애자일 관점에서의 해석
1~2판 5대 프로세스 & 9대 지식 영역 정의 ‘롤링 웨이브 계획’을 통해 불확실성 인정 시작
3~4판 프로세스 그룹 구조 확립 단계 간 ‘반복적 관계’ 명시, 스크럼 언급 시작
5판 생애주기 공식 분류 (Predictive ~ Adaptive) 애자일을 공식적인 프로젝트 유형으로 격상
6판 Agile Practice Guide 합본 발간 지식 영역별 ‘애자일 고려사항’ 추가 (물리적 결합)

6판까지의 PMI는 전통적인 ‘철의 삼각형(범위·일정·비용)’이라는 틀 안에 애자일을 하나의 도구(Tool)로서 끼워 맞추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7판 이후의 PMBOK: 원칙을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 전환

PMBOK 8판의 6가지 원칙

  1. Adopt a Holistic View (전체적 관점 적용): 부분 최적화가 아닌 전체 가치 흐름 최적화

  2. Focus on Value (가치 중심): 산출물(Output)이 아닌 성과(Outcome)와 가치에 집중

  3. Embed Quality into Processes (품질 내재화): 품질은 타협의 대상이 아닌 기본 전제

  4. Be an Accountable Leader (책임 있는 리더): 지시자가 아닌 서번트 리더십으로의 전환

  5. Integrate Sustainability (지속 가능성 통합): 단기적 성공을 넘어선 지속 가능한 발전

  6. Build an Empowered Culture (권한 부여 문화): 자기 조직화(Self-organizing) 팀의 강조

이 원칙들은 지난 20년간 애자일/린 커뮤니티가 외쳐온 가치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사상적인 측면에서 PMI는 이제 완전히 애자일을 표준으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아있는 근본적 한계와 우려

하지만 애자일 코치의 시선으로 볼 때, 여전히 ‘불편한 진실’은 존재합니다.

5단계 구조의 재도입과 ‘계획’의 함정
8판은 7판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착수-계획-실행-감시 및 통제-종료’라는 5단계 Focus Area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PMI는 이것이 유연한 가이드라고 말하지만, 현장의 PM들은 이를 다시 ‘사전 계획의 정당성’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큽니다. “계획을 따르기보다 변화에 대응하기”라는 애자일의 핵심 가치가 다시 ‘계획 프로세스’에 매몰될까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Project’ vs ‘Product’ 마인드셋의 충돌
PMBOK는 여전히 프로젝트를 “한시적 노력(Temporary endeavor)”으로 정의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비즈니스에서 제품(Product)은 시장에서 사라질 때까지 끝나지 않습니다.

  • 팀의 해체: ‘종료’ 프로세스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을 해체하고 자원을 반납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이는 어렵게 쌓은 팀의 맥락과 지식을 공중분해 시키는 행위입니다.
  • 책임의 전가: 개발 팀과 유지보수 팀을 분리하는 프로젝트 중심 사고는 결국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의 고질적인 병폐인 ‘도덕적 해이’를 야기합니다.

 

비즈니스에서 승리한 PMI, 사상에서 승리한 애자일

작년 PMI가 Agile Alliance를 인수했을 때, 많은 애자일리스트들이 당혹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번 8판을 보며 저는 묘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PMI는 거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로 비즈니스 전쟁에서 승리했고, 애자일은 그들의 표준 자체를 바꿈으로써 사상 전쟁에서 승리했다.”

비즈니스 성과를 명쾌하게 증명하지 못했던 애자일 커뮤니티의 한계와, 애자일을 도구화하여 흡수해버린 PMI의 저력을 동시에 보게 됩니다. 씁쓸함은 남지만, 분명한 건 이제 애자일은 ‘특별한 것’이 아닌 ‘기본’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가이드북의 버전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원칙을 실무에서 얼마나 진정성 있게 내재화하느냐일 것입니다. 더 많은 PMP분들이 기존의 ‘프로젝트 관리자’를 넘어, 진정한 ‘가치 전달자’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PM 커뮤니티에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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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조승빈

One Comment

  1. 김태희 2026년 01월 06일 at 12:47 오후 - Reply

    팀 해체 말고
    팀 분산 재조립과
    팀 결과의 지속적인 공유를 위한 아카이브 혹은 새로운 조직을 애자일로 흡수 매핑

    🤔

    이전에 영어회화 학원 다닐 때,
    학원 출신들의 단순한 일시적 모임이 아닌
    커뮤니티 같은 거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이런 생각의 실체들 중 한 가지가 협회 같은 거겠지만.

    각자 도생, 개별화 시대에,
    연결 되고 싶은 욕망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팀 프로젝트 함께한 동지애라면
    단순한 단톡방 모임 수준이 아닌,
    생산성 있는 조직이 될 수 있을 텐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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