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했던 경험

몇 주 전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어떤 모임에 참석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내향형이기 때문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하려면 꽤 큰 결심을 해야한다. 만난 사람들과 공통 관심사마저 없는 경우에는 멀뚱멀뚱 얼굴만 바라보는 일이 많기 때문에, 그 모임에 참석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데도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데…

약속된 장소에 가보니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과 모임 진행을 위해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뒤엉켜서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예정된 시간이 훌쩍 넘어서도 민망하고 어색한 상태로 투명 인간처럼 구석에서 가만히 서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소란스러운 상황에서는 주최측이 누구인지도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어찌해서 예정된 모임을 마치긴 했지만, 다음에 그 모임에 다시 참석하게 될까?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오랫동안 소속되어 있었고 친숙한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낯선 이가 등장했을 때, 지금까지 난 어떻게 해왔을까? 친근하게 다가가서 이런 저런 말을 붙여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떠들면서 활기차게 보이려고 애를 썼던 기억이 난다. 왜 그랬을까? 새로 온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과시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곰곰히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지만, 내가 모임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를 보여주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입 사원이든 경력 사원이든 입사 첫 날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새로운 조직에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하지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보다 오히려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조직이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내 경험으로는 새로운 팀원이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확률보다, 기존 팀원들의 기에 눌려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지도 못할 확률이 훨씬 높다. 기존 멤버들이 똘똘 뭉쳐서 뿜어내는 기운이 생각보다 무척 강력하다. 이 기운에 자신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것을 지금까지 우리는 “적응”이라고 불러온 것은 아닐까.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조직은 아무도 모르게 점점 화석이 되어간다.

새로운 팀원을 환영하는 전략이 있는가?

새로운 팀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각자 저마다의 전략이 필요하지만, 기존의 멤버가 새로운 팀원을 환영하는 전략을 마련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새로 온 사람보다는 기존 팀원들이 마음의 여유가 더 있을테니까.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면 적당한 술자리도 좋은 방법일테고, 인생 곡선 같은 것들로 자신을 표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면 함께 운동이나 등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방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팀에서 고유의 전략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팀원을 환영하기 위한 전략이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그 팀은 건강하게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의미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