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월요일에는 Tech planet 2016 행사장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 만 하루 동안 부스를 운영하면서 얻은 성과와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부스를 제안 받고 나서 한 동안 고민이었다. ‘기술 콘퍼런스에서 부스를 열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주제를 다루는 것이 좋을까?’ 단순하게 제품을 홍보하고, 뻘쭘하게 질문을 던져오는 몇몇 사람들에게 피상적인 소개를 해주는 그런 부스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고심 끝에 선택한 것이 바로 “어떤 팀이 좋은 팀일까요?”라는 주제였다. 처음에는 행사 분위기와 어울리는 주제일지 반신반의 했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반응을 보니 결과적으로 색다르고 괜찮은 시도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대략 2년 전쯤, NBT의 제품 개발 조직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좋은 팀이 되기 위한 요소”라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팀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20가지 요소들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다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해서 그 결과를 내부에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 20가지 요소들을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순서대로 나열하여 순위를 매긴다.
- 순위마다 20점부터 1점까지 부여하고 팀 전체 평균 순위를 뽑아본다.
- 각자의 순위, 팀 전체 순위, InfoQ 순위를 서로 비교해본다.
- 팀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팀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소, 팀에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 팀도 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상관 분석을 통해, 각자의 순위와 팀 전체 순위의 상관도를 알아본다.
- 결과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이 항목들은 InfoQ의 “What Influences the Mood of Agile Teams?”에서 가져온 것이다. 예전에는 전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참여한 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당시 기록해둔 InfoQ의 순위와 NBT 내부에서 조사했던 순위는 다음과 같다.
InfoQ 순위 (2014년 11월) |
NBT 순위 (2014년 12월) |
|
|
좋은 팀이 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각 개개인에게는 무엇이 중요한지, 팀은 전반적으로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그 지향점과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멀리 있는 사람은 누구인지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놀라운 것은, 전세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했던 InfoQ의 순위와 NBT 내부 순위 중에서 상위 네 가지 항목(상호 신뢰 수준, 서로에게 솔직한 태도, 협업, 업무 자유도)이 서로 똑같았다는 점이다. 20가지 모두가 좋은 팀이 되기 위해 중요한 요소들이지만, 그 중에서도 “서로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솔직한 태도로 활발하게 협업하는 팀에 속해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디에서나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그렇다면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국내 개발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했다. 비슷할까? 다를까? 다르다면 어떤 부분이 다를까? 얼마나 다를까? 그래서 콘퍼런스 참여자 분들에게 동일한 20가지 요소들을 제시하고 투표를 실시해서 그 결과를 모아보았다. 기념품으로 디자인팀에서 제작해준 인덱스 카드의 위력인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길게 줄까지 서가며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동이었다. (투표에 참여해주신 411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투표 결과와 나의 생각
최종 투표 결과 및 순위는 다음과 같다.
InfoQ 순위 (2014년 11월) |
NBT 순위 (2014년 12월) |
Tech planet 순위 (2016년 10월) |
|
|
|
결과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가볍게 정리해보자면…
- 신뢰! 신뢰! 신뢰! 이번에도 부동의 1위는 “상호 신뢰 수준”
- 특히 상위 6가지 항목(상호 신뢰 수준, 팀원 간의 피드백, 수고에 대한 인정, 업무 자유도, 협업,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에 의견이 집중되는 현상이 보였다. 나머지는 뭘까? 상대적으로 덜 중요함? 인식 부족? 포기 내지는 타협?
- 세 순위에서 공통적으로 상위에 포진하고 있는 상호 신뢰 수준, 협업, 업무 자유도는 문화적인 차이를 뛰어넘는 일종의 절대 가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팀원 간의 피드백”과 “수고에 대한 인정”이 이번에 상대적으로 유독 높은 득표율을 얻은 것은 무슨 의미일까? 여기에서 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단어는 “외로움”이었다.
- “정기적인 회고”나 “고객으로부터의 피드백” 등이 얻은 저조한 득표수가 놀랍다는 우리팀 내부 의견이 있었다. 많은 조직에서 이런 것들을 압박의 수단으로 악용하기 때문일까?
- “팀장이 중요한데 팀장 항목이 없네요.”라는 의견을 주신 분이 있었다. 물론 팀장이 팀에 엄청나게 중요하고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는 공감한다. 이 맥락에서 내가 생각하는 팀장, 즉 리더의 역할은 이렇다. “20가지 요소를 모두 개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변화를 이루어야 하는 리더, 변화 관리자, 애자일 코치들이 어떤 부분에서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이루어야 하는 지를 알 것 같았다.
(투표에 참여하신 분들이 어떤 맥락에서 어떤 경험을 떠올리며 투표를 했는지는 각자 전부 다를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해석은 이 글을 보시는 각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