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한지 한 5~6년차가 될 때까지 별다른 고민도 없고 장인 정신이 투철하지도 못한 그냥 그런 개발자였다. 그저 눈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했고, 장기적 관점에서 나의 비전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지 고민해 본 일도 없었다.
다만 항상 오늘보다 내일 더 좋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하지만 그 방향이 어느 쪽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모든 것이 온통 희미하게만 보이던 상황에서 벗어나 어렴풋하게 목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지금 돌이켜보면, 많은 스승과 멘토,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지금의 나로 조금씩 성장해올 수 있었다.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뿐이다. 더불어, 지금의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도록 커다란 영향을 미친 많은 책들이 있었는데, 그 저자들 중에서 딱 세 명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나는 스티브 맥코넬, 톰 드마르코, 제럴드 와인버그를 선택하겠다. 한 명씩 한 명씩 접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이전보다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순서가 실제로 내가 각 저자들을 만난 순서이며, 선정 기준은… 그냥 내 취향이 그렇다.)

 

1. 스티브 맥코넬 (Steve C. McConn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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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컴플리트”는 처음 나온지 20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많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널리 읽는 명작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프로그래밍에도 전술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1998년에 스티브 맥코넬은 빌 게이츠, 리누스 토발즈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3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은 Construx의 CEO이자 수석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활동 중이다.

    

 

2. 톰 드마르코 (Tom DeMarco)


“피플웨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동안 내가 진실이라고 어설프게 믿어왔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느낌이랄까…(하지만, 부정적인 느낌은 아니다.) 피플웨어는 조직 관점에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무엇인지 처음으로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블랙팀 이야기나 여유 시간(slack)이 개발자에게 갖는 의미, 개발자의 생산성, 업무 환경이 미치는 영향 등 지금 생각해도 기억이 남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사티어 변화 모델을 처음 접한 것도 이 책에서였다. 물론 ‘새티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긴 하지만…[*확인해보니 이번에 새로 나온 3판에서는 제대로 번역이 되어있다.])

    

 

3. 제럴드 와인버그 (Gerald M. Weinberg)


맥코넬과 드마르코가 내게 신선한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면, 그 해결책을 제시해 준 건 와인버그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인간의 내면을 깊이있게 파헤치는 와인버그의 모든 저서들은, 내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었다.
와인버그를 접한 후 깊은 감명을 받아 ‘테크니컬 리더’라는 좋은 책을 번역해보기도 했고, 지금은 Quality Software Management라는 대작을 번역하고 있기도 하다. PSL(Problem-Solving Leadership) 워크숍에 참석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철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그의 시각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의 선구자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고, 실제로도 수많은 애자일 관련 서적에서 와인버그가 쓴 책들을 인용하고 있다. 자칭 타칭 ‘애자일의 할아버지[the grandfather of Agile]’.

   

 
P.S. 나온지 오래된 책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내게 있나보다.
P.P.S. 다 적고 나니 새삼 느끼는 사실이지만… 인사이트는 참 좋은 출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