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인식이 어떠하든, 분명히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애자일/린을 알고 있고,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애자일”을 검색하면 그 결과에 “OOO는 장애자일 수…” 또는 “XXX는 동성애자일 것이…” 따위가 부지기수였고, 실제로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는 곳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칸반”은 아직도 검색하면, “유럽의 화약고 발칸반도에서는…”, “기름 한칸반으로 어디까지…” 같은 결과가 주루룩 나온다 ㅜㅜ) 이제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스크럼이나 CI, 일일 스탠드업, 칸반 보드와 같은 것들이 (물론 제대로 하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비교적 자연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에 새롭게 관심을 갖고 학습해보고 싶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요즘 환경이 더 악회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보다,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모임도 활발하지 않은 것 같고… 몇 년 전부터 소식이 없는 대안언어축제나 애자일 코리아 같은 세미나, 컨퍼런스, 워크숍 등도 많이 사라졌다. “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부해보고 싶은데요,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아도, 현재는 안타깝게도 책 몇 권 추천해주는 것 이외에 뚜렷한 대안이 없다. 영어권 애자일 트레이너들이 자주 방문하는 싱가포르, 중국, 필리핀 등이 오히려 더 부러운 지경이다.

그래서, 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을 처음으로 학습하기 시작할 때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주변 분들께 알려드리려는 목적으로 한 번 정리해보았다. 아래 내용은 물론 100% 주관적인 선택이다.

1

첫 번째.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 읽어보기

  • 제일 먼저 봐야할 것은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Manifesto for Agile Software Development이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 추구하는 네 가지 가치를 간결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마치 헌법처럼 모든 것을 아우르는 최상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 선언 아래쪽에 있는 애자일 소프트웨어의 12가지 원칙Principles behind the Agile Manifesto도 매우 중요하다.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 추구하는 가치를 이루기 위한 원칙들이다.
  • 가치와 원칙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이 없다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볼 수 없다.
  •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선언을 만든 17명의 이름도 눈여겨 보는 것이 좋다. 거의 대부분 매우 활발한 개발/저술/강연/컨설팅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 활동을 통해 지금도 애자일/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2

두 번째. 위키 백과의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항목 찾아보기

  • 두 번째로는 위키 백과에서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항목을 찾아 읽어본다.
  • 학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의 사전적 의미를 간단히 파악해볼 수 있다.

3

세 번째. 메일링 리스트 가입하기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음 메일링 리스트 세 군데에 가입한다.
  • Xper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애자일 커뮤니티이다. 개발자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애자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있다. 요즘에는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과거 메일링 리스트를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지금도 이따금 올라오는 글에서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 Scrum Alliance의 메일링 리스트는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애자일 관련 메일링 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어로 메일이 오고가지만, 책에서 볼 수 있는 몇 년 묵은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있는 최신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그리고, 메일링 리스트에서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전설의 레전드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 Using the Kanban Method는 칸반이 탄생했던 야후 메일 그룹이다. 초창기 칸반을 소프트웨어 개발에 적용하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이 (창시자인 데이비드 J. 앤더슨을 포함해서) 아직도 고스란히 여기에 출몰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칸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다.

4

네 번째. 애자일 SW 개발 101 읽어보기

  • 정보통신 산업 진흥원NIPA 산하의 소프트웨어 공학 센터에서 배포하고 있는 애자일 초심자를 위한 가이드이다.
  • 분량과 내용 모두 애자일/린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 알맞게 되어 있다.
  • 애자일의 개요, 각종 실천 방법, 사례 연구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 회원 가입 후 로그인하면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다.
  • 6명의 공동 저자 모두 다년간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에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분들이며, 덕분에 실제로 직접 고민하고 해결했던 문제들이 현장감 있게 담겨 있다.

5

다섯 번째. State of Agile Survey 살펴보기

  • 같은 이름의 프로젝트 관리 도구인 VersionOne이 매년 발간하는 애자일 보고서이다.
  • 2007년부터 올해까지 9년 째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 1년 동안 전세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그 다음 해에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 다른 곳에서는 애자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등을 멋진 인포그래픽을 통해 볼 수 있다.

6

여섯 번째. 스크럼 가이드 읽어보기

  • 전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고 가장 인기 있는 애자일 개발 방법인 스크럼Scrum에 대한 기본 안내서이다.
  • 스크럼 가이드는 창시자인 켄 슈와버Ken Schwaber와 제프 서덜랜드Jeff Sutherland가 직접 썼으며, 한글 버전도 있다.
  • 스크럼의 핵심 개념과 규칙, 활용 방안에 대해 학습할 수 있다.

7

일곱 번째. 즐겨찾기에 “애자일 이야기” 블로그를 등록하고 모든 글 읽어보기

  • 애자일 컨설팅의 김창준님 블로그
  • 모든 글들을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애자일/린에 기술만큼 중요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8-1 테크니컬리더 8-3

마지막. 세 권의 추천도서

위 여덟 가지만 충실하게 학습해도, 기초를 튼튼히 쌓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정도만 해도, 기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마도 그 이상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P.S. 나중에 입문 단계를 벗어나고 싶은 분들이 참고할만한 자료도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P.P.S. 위에서 언급한 사이트, 블로그, 책, 기타 자료들 모두 훌륭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개인적으로는, 몇 년 동안 혼자 책을 보고 시도했던 결과보다, 과거에 미리 같은 경험을 해보았던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은 결과가 훨씬 더 좋았다. 나는 그 동안 만났던 좋은 분들 덕분에, 절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어려운 문제들이, 순식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놀라운 경험을 여러 차례 경험해볼 수 있었다.

애자일/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학습하는데, 실력있고 열정있는 애자일 코치와 함께 일해보고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세상이 더 넓은 법이니까.

P.P.P.S.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창준님 사진을 사용했는데… 괜찮겠죠? 창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