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팀들이 가장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애자일 실천법으로 일일 스탠드업 회의(스크럼에서는 “일일 스크럼”)를 꼽는다.

나 역시 코칭할 때나 워크숍에서 스탠드업 미팅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팀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들에게 “스탠드업 회의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신가요?”라고 질문하면, 거의 100%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매일 15분
  • 자리에서 일어서서
  • 한 명씩 돌아가면서 세 가지 질문(‘어제 무엇을 했고’, ‘오늘 무엇을 할 예정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답변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식이 맞는 걸까? 정말 최선일까?

많은 팀원들이 스탠드업 회의 참여에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팀원들 간에 의미 있는 대화를 주고 받지 못하고, 단순히 관리자에게 하는 일대일 보고 형태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한 명의 팀원이 관리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머지 다른 모든 팀원들을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는 것이 아니라, “내 차례가 오면 나는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널리 알려진 이 방식(한 명씩 돌아가면서 세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그 힌트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스크럼 가이드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스크럼 가이드의 설명

아래 내용은 2010년에 공개된 첫 번째 스크럼 가이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방식이다.

일일 스크럼은 스프린트 기간 내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 회의 중에 각 팀원은 다음을 설명한다:
1.지난 회의 이후 무엇을 달성했는가?
2.다음 회의 전까지 무엇을 할 것인가?
3.방해가 되는 장애물은 무엇인가?

스크럼 가이드 (2010)

2013년 스크럼 가이드의 설명

다음은 2013년 스크럼 가이드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세 가지 질문이 개별 팀원으로서의 입장보다는 스프린트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스크럼 팀원으로서의 입장을 좀 더 강조하고 있다.

일일 스크럼은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매일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한다. 회의 중에 개발팀원은 다음을 설명한다.
1.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어제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2.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3. 나 또는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있는가?

스크럼 가이드 (2013)

2017년 스크럼 가이드의 설명

이번에는 2017년 스크럼 가이드 내용이다. 세 가지 질문은 이전 버전과 동일하지만, 이 버전부터 중요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1) 일일 스크럼의 구조는 팀이 정하며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고, 2) 세 가지 질문을 “예시”라고 명시했다.

일일 스크럼의 구조는 개발팀이 정하며, 스프린트 목표 대비 진행 상황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할 수 있다. 어떤 개발팀은 질문을 활용하기도 하고, 또 어떤 개발팀은 토론에 더 중점을 두기도 한다. 다음은 활용할 수 있는 예시이다.
1.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어제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2.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오늘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3. 나 또는 개발팀이 스프린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애물이 있는가?

스크럼 가이드 (2017)

2020년 스크럼 가이드의 설명

아래는 현 시점에서 최종 버전인 2020년 스크럼 가이드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세 가지 질문이 아예 제거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일 스크럼에서 스프린트 목표 대비 진척도에 초점을 맞추고 다음 24시간 동안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만들어내기만 한다면, 개발자들은 원하는 어떤 구조와 기법이라도 선택해서 일일 스크럼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개선할 수 있다.

스크럼 가이드 (2020)

사실 2020년 스크럼 가이드의 설명은 초보자가 훨씬 접근하기 어려워진 면이 있다. 스탠드업 회의를 도대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안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럼 창시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왜 이런 방향으로 수정했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우리는 세 가지 질문에 너무 갇혀버렸다. 그 형식이 너무 고착화되어 버린 나머지 전세계적으로 많은 팀이 스탠드업 회의의 본질과 멀어져버린 현실에 대한 검토inspection 및 조정adaptation이 아니었을까?

15분이라는 제한시간, 그리고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라는 제약 이외에 스탠드업 회의의 구조와 기법에는 정답이 없다. 세 가지 질문의 틀에 갇히지 말고 팀이 처한 상황,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맞춰 다양하게 실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