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 애자일 코치에서 조직 외부의 독립 애자일 코치가 된 이후 4년 반 동안 다양한 업계의 다양한 조직들을 만나 코칭해오면서, 고민해오던 스스로의 방향성이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무도 관심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컨그루언트 애자일이 고객사에 애자일 코칭을 할 때 지키고자 하는 차별화된 코칭 원칙 3가지를 한 번 간략하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1. 애자일을 모든 지식 업무에

애자일은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포함한 제품 개발 뿐만 아니라, 협업이 필요한 모든 지식 업무에서 애자일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코칭 경험을 되돌아보면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오히려 그 밖의 분야에서 코칭을 원하는 사례가 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 범위는 제조, 에너지, 종합상사, 식음료, 자산운용, 교육/컨설팅, 통신, 제약, 금융, 화장품, 시설관리, 리테일 등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우리와 같은 업계에서 코칭을 해보셨던 사례가 있나요?”

아직도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업계에서 코칭을 했던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 같은 업계라 할지라도 각 조직이 처해 있는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한 조직을 코칭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조직을 코칭할 때 성공 확률을 높여주지 않는다. 문화, 역량, 경험, 시장, 리더십 등등 같은 조직은 하나도 없다. 서로 너무 너무 다르다.

둘째, 조직 내에서 어떤 하부 조직을 코칭하느냐가 오히려 중요하다. 판교에 있는 게임 개발 회사의 HR팀을 코칭한 경험은 여의도에 있는 증권 회사의 HR팀을 코칭할 때 도움이 되겠지만, 판교의 다른 게임 회사에 있는 운영팀을 코칭할 때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애자일 코칭은 애자일 마인드셋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적절한 응용력만 있다면 거의 모든 업계에 적용할 수 있다. 컨그루언트 애자일은 업종 불문하고 다양한 분야의 애자일 코칭을 지원하고 있다.

2. 방법론 중립

애자일을 적용하기 위해서 애자일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애자일을 도입하는 이유는 더 많은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더 지속 가능한 업무 방식을 찾고, 이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스크럼을 진짜 제대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생각보다 방법 그 자체를 변화의 목표로 갖고 있는 조직이 많다. (게다가 그런 애자일 컨설턴트/코치들도 적지 않다.) 이건 초중고 학생들에게 “네 인생의 목표는 뭐니?”라고 물었을 때,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듣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훌륭한 꿈이지만, 이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가 있다면 더욱 훌륭하지 않겠는가?

어떤 방법론(또는 실천법)을 코칭의 목표로 삼는다면 고객에게 톱이 필요할 때 망치를 건네주고, 망치가 필요할 때 톱을 건네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이보다 더욱 나쁜 건 도구함에 도구가 달랑 하나 밖에 없는 경우다.

컨그루언트 애자일은 특정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코칭하지 않는다. 방법론은 말 그대로 방법론일 뿐이다. 스크럼이든, 칸반이든, XP든 고객에게 필요한 방법을 코칭한다. 가끔은 이것들이 서로 섞이기도 한다. 애자일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있는 그 밖의 도구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OKR일 수도, 디자인 씽킹일 수도 있다. 때로는 애자일 바깥의 경영 기법이나 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전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니까.

3. 조직 개발 도구로서의 애자일

애자일 방법론은 원래 제품 개발을 위해 태어났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애자일을 제품 개발할 때 활용하는 무언가로 받아들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에게 협업의 근육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크럼이든 칸반이든 모든 애자일 방법론은 팀 단위의 밀도 높은 상호작용과 거기서 나오는 창발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팀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모든 훌륭한 방법론과 실천법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기초 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무술은 연마하려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컨그루언트 애자일은 고객사의 상황에 따라 제품 개발 도구로서의 애자일과 조직 개발 도구로서의 애자일을 균형 있게 적용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좋은 조직에서 좋은 제품이 나오고 나쁜 조직에서는 나쁜 제품이 나온다.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좋은 조직인지 돌아보고, 이를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전세계적으로 애자일 코칭은 명확하게 정의내리기가 어려운 분야이다. 따라서 애자일 코칭에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할 수 있고, 이 모든 정의가 (아직은) 정당하다. 무엇이 맞고 틀리다고 말하기 어려우며, 위 3가지 원칙은 단지 컨그루언트 애자일에서 애자일 코칭을 할 때 취하는 스탠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3가지 뿐이지만, 분명히 앞으로 코칭을 거듭해가면서 내 생각도 바뀔테고 이 원칙 또한 진화해나갈 것이다. 나의 관점과 생각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아무튼, 컨그루언트 애자일의 애자일 코칭은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에 스크럼을 적용해서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코칭’ 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 업무에 다양한 방법론과 기법을 상황에 맞게 적용해서 좋은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돕는 코칭”을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