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있었던 기쁜 일 중 하나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책을 번역하여 출간한 일을 꼽고 싶다.

유지은/김혜주님이 번역하신 업무 시각화(Making Work Visible)와, 박성진님이 번역하신 퍼스널 칸반(Personal Kanban)이다. 무려 6년 전에 칸반을 소개한 이후, 그 동안 칸반과 관련한 좋은 책이 국내에 잘 나오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이제 그 갈증이 한 번에 해결되어 너무 기쁘다. 더군다나 번역한 세 분의 진정성을 잘 알고 있기에 그 기쁨이 두 배다.

두 권의 책에 각각 실려있는 내 추천사를 아래에 옮겨 본다.


업무 시각화 | Making Work Visible

솔직히 한 가지 고백을 하고 싶다.

나는 칸반의 팬이다. 좋은 애자일 코치가 되고 싶다면 특정 프레임워크나 도구에 얽매여서는 안된다고들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칸반에 열광하는 빅 팬이다.

물론 스크럼, XP, 매니지먼트 3.0과 같은 다른 애자일 방법들도 매우 좋아하고 코칭에 폭넓게 활용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히 칸반을 사랑하는 이유는, 현재 대한민국 기업들의 보편적인 기업 문화를 봤을 때 애자일 트랜스포메이션을 처음 시도할 경우 다른 애자일 방법들에 비해 칸반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칸반은 일하는 방식이자 변화 관리 기법이다.

칸반(Kanban)은 2000년대 중반 미국의 데이비드 J. 앤더슨이 애자일 소프트웨어 개발, 도요타 생산 시스템의 간반(看板), 제약 이론(ToC, Theory of Constraints) 등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이다. 현재는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VersionOne의 State of Agile을 살펴보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애자일 방법에서는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순수한 애자일 방법 중) 스크럼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고, 애자일을 채택한 조직 중에서 61%가 업무에 칸반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로 칸반 보드(Kanban board)를 꼽았다.

현재의 칸반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1) 협업이 필요한 2) 지식 업무라면 그 어느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IT 업계에 속하지 않았더라도, 칸반을 적용하고 그 위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직에서 “그거 대충 선 그리고 포스트잇 붙이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하는 등 칸반에 대해 잘 모르거나, JIRA나 Trello 같은 도구를 사용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통해서 칸반에 대한 오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고 많은 조직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번역한 유지은, 김혜주 두 분의 애자일 코치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직접 칸반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분들이다. 영문을 한글로 옮길 때 생생한 경험들이 충분히 녹아 들어 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조할만한 좋은 자료가 많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바쁜 개인 시간을 할애해 이 책을 소개하고자 오랜 시간 헌신한 두 분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20년 1월 21일, 조승빈


퍼스널 칸반 | Personal Kanban

사내 애자일 코치, 조직 및 프로젝트 관리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등의 역할을 하면서 지내왔던 20여 년 간의 조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2019년부터 독립 애자일 코치로서의 삶을 살아가며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이유로 애자일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는다. 어떤 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단기성과를 올려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또 어떤 사람은 혁신을 추진해보라는 상사의 밑도 끝도 없는 지시 사항을 실행하다가 애자일을 만난다. 의욕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부하직원들을 두고 고민하다 애자일을 접하게 된 리더도 있고, 답 없는 상사와 일하다 지쳐 애자일을 공부하는 팀원도 있다. 모두들 수평적이고 경쟁 없이 협력하는 조직을 꿈꾸면서 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에너지를 솟게 하는 사람은, (자주 만날 수는 없지만) 애자일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려고 노력하는 분들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에게는 큰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자신의 삶에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 그리고 실천법을 적용해보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가족이 함께 정기적으로 모여 회고를 한다거나, 지속적으로 백로그를 개선하면서 대가족 여행을 준비하기도 한다. 공동의 비전과 원칙을 만든 예비부부도 있었고, 새로 이사한 집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거실 한 쪽 벽면을 커다란 화이트보드로 만들어 ‘가족 칸반 보드’로 사용하는 집도 본 적이 있다. 이런 분들이야말로 애자일을 통해 진정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분들이다. 애자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대부분 애자일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진정으로 애자일하고 싶다면 변화시켜야 할 대상은 ‘나’ 자신이다.

또한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만났던 훌륭한 애자일 조직들을 보면, 각 부문 각 계층 마다 애자일 한 개인들이 요소요소에 포진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도록 시발점 역할을 했던 조직이었다. 다시 말해서 애자일 조직의 출발점에는 애자일한 개인들이 있다. 애자일한 조직을 이루고 싶다면 조직은 반드시 이런 사람들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퍼스널 칸반은 애자일에 첫 발을 내딛는 모든 분들이 반드시 관심을 갖고 학습해야 할 애자일 방법론이다. ‘퍼스널 칸반‘은 애자일 방법 중 하나인 ‘칸반’을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에 적용한 것이다. 역자가 퍼스널 칸반에 관심을 갖고 주변에 소개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아마 개인이 애자일 해야 조직도 애자일 해질 수 있다는 깨달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더욱이 퍼스널 칸반은 매우 유연하고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 속해 있는지와 관계 없이 자신의 맥락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퍼스널 칸반으로 자신의 삶과 주변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0년 4월 18일, 조승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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