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런 얘기를 들을 때가 있다.

“큰 그림을 그리고 한 단계씩 실행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내가? 고마운 말씀이지만 지나온 길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 일례로, 올해 초만 해도 컨그루언트 애자일을 창업하는 건 전혀 계획에 없었던 일이다. 언젠가 먼 훗날에 내가 창업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게 전부다. 남들과 다르지 않게 내 인생도 우연과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그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그 분들을 통해 얻은 행운으로 지금 애자일코치라는 흔치 않은 일을 재미있게 하며 살고 있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애자일에 관심을 갖는 분들을 만나면 어떻게든 작게라도 도움을 드릴 방법은 없을지 매번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요즘 애자일에 관심이 생겼어요.
한 번 배워보고 싶은데요 뭐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추천할만한 책이나 괜찮은 교육 과정이 있을까요?”

오래 전부터 이런 질문을 종종 받아왔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물론, 과거에 비해 애자일 관련 책은 엄청나게 많아졌고,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지만, 이 질문에 시원스럽게 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애자일 커뮤니티도 예전에 비하면 그다지 활발하지 않고,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책들은 소프트웨어 개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접근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애자일 팀에서 직접 일해보거나 애자일 조직 전환을 시도해보지 않은 분들이 진행하는 교육 과정을 추천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좋은 책과 교육 프로그램은 분명히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 다양한 업계에서 애자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모르는 분들에게 애자일을 쉽게 소개하는 방법이 내게는 큰 화두였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존에 나왔던 책들 중에서, IT 배경지식이 상대적으로 덜 필요하면서도 애자일의 가치와 원칙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을 소개해드리고 있다. 익스트림 프로그래밍, 매니지먼트 3.0, 함께 자라기, 애자일, 민첩하고 유연한 조직의 비밀 등이 요즘 추천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책의 한계는 분명하다. 어디까지나 책은 출발점일 뿐이다. 책으로 애자일을 공부했다는 말은 요리나 축구를 책으로 배웠다는 말과 똑같다. 반드시 반복적인 실행과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 애자일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Learning by Doing 뿐이다.

책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큰 성장의 계기가 됐던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 김창준님의 AC2, 쿠퍼실리테이션그룹의 글로벌 OD 과정, 바스 보드(Bas Vodde)와 다니엘 텅(Daniel Teng)이 한국에 왔을 때 참여했던 CSM(Certified Scrum Master) 워크숍 등을 통해 큰 인사이트를 얻었고, 더불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도 생겼다. 하지만, 애자일 관련 교육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모든 애자일 교육은 누가 가르치냐에 따라 그 수준이 정말로 천차만별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애자일이 암묵지가 많은 경험주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CASE (Congruent Agile Starter Essentials) 워크숍

나도 “애자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분들에게는 나와 같은 우연과 행운의 연속이 아니라 뭔가 정리되어 있는 방법을 마련해서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랫동안 해왔다. 내가 거쳐온 방법은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추천할만한 옵션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들고 솔직히 뭐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창업 이후에 많은 고객사의 요청으로 인해 괜찮은 애자일 입문 프로그램이 현실적으로 필요하기도 했다. 기존에 소개되어 왔던 대부분의 애자일 입문 과정은 사실 ‘스크럼’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한참의 고민 끝에 만들게 된 컨그루언트 애자일의 애자일 입문 프로그램이 바로 CASE (Congruent Agile Starter Essentials)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은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같은 팀에 있었던 권원상님, 김영진 님, 우경우 님, 조현길 님과 공동으로 개발했다. 지난 두 달 동안 다섯 명이 수시로 함께 모여 현장에서 직접 코칭하고 교육하면서 쌓았던 그 동안의 경험과 함께 몸과 영혼을 과정 속에 갈아 넣었다.

이 워크숍은 비공개 과정으로도 진행을 하겠지만, 당연히 매니지먼트 3.0 워크숍처럼 정기적인 공개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11월 정도가 되면 좀 더 정리를 해서 첫 선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ICP (ICAgile Cetified Professional) 인증 과정

솔직히 애자일 분야에서 자격증이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내 경험을 돌이켜 봤을 때,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얻은 인증에 기뻐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또한 조직 내에서 뭔가를 시도해 보려 할 때 설득의 도구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래서 CASE 워크숍에 참여하게 될 분들에게 글로벌 인증이라는 선물을 살짝 얹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 ICAgile을 선택했고, 마침내 지난 주에 인증 심사를 무사히 통과해서 이 과정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ICAgile의 ICP 인증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CASE 워크숍은 ICAgile의 Agile Fundamentals에서 요구하는 학습 목표 및 승인 기준을 만족한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검토 및 심사는 뉴질랜드의 애자일 코치이자 InfoQ의 Culture & Methods 파트의 메인 에디터인 셰인 헤이스티(Shane Hastie)의 도움을 받았다. 그 과정 또한 재미있었다.)

당연히 자격증이 역량이나 경험을 증명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애자일에 관심이 있으며, 개인의 학습과 성장에 열정이 있고,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사람임을 증명해 줄 수는 있다. 새롭게 애자일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CASE 워크숍이 좋은 기회이자 계기가 되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