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 플래닛 내부 콘퍼런스인 @Tech에서,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한 관리자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공유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그 동안 NBT 제품 개발 조직에서 일해오면서 내가 느껴왔던 관리자의 역할과 변화에 대한 생각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보려고 한다.
- Self-organization is not self-organized
- Self-organization을 위해 관리자가 알아야 할 5가지
- 변화를 만들기 위한 태도
이전 글에서 강조했듯이 Self-Organization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Self-Organization이 이루어지려면 관리자, 특히 실무자들과 직접 함께 일하는 현장 관리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관리자와는 조금 다른 모습의 관리자가 필요하다. 즉, 관리자의 변화가 Self-Organization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다!
첫째.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은 만든다.
우리는 주변에서 위의 세 컷 짜리 만화와 비슷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만난다. 서로 투명하게 소통해야 할 구성원들이 정보를 감추고, 그로 인해서 프로젝트가 점점 산으로 올라간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는 비난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즉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글에서는 2012년부터 엔지니어, 통계학자, 심리학자, 사회학자 등을 고용하여 팀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진행했다. 그들이 4년 동안 연구하여 밝혀낸 팀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심리적 안전감이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 받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더 나아가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지받을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은 하루 아침에 만들 수 없다. 리더의 행동이 조금씩 조금씩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오랜 기간 누적되어야 그런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며, 전혀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부정적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실수를 인정하기가 더 쉬워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을 만들기 위한 출발 지점은 바로 그 곳이다.
둘째. 체계적으로 위임한다.
모든 일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일지라도 모든 결정을 혼자 내리고 실행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은 잘 알고 있다. 리더에게 위임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겠지만, 막상 시도해보면 위임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떤 일을 얼마만큼 위임해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Agile 2016에서 위르헌 아펄로(Jurgen Appelo)는 “Managing for Happiness“라는 제목의 기조 연설을 했는데, 거기에서 그는 위임에 모두 일곱 단계가 있다고 말한다.
- TELL – 관리자가 결정을 내린 다음 알린다. 그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다.
- SELL – 관리자가 결정을 내린 다음,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여 이해시킨다.
- CONSULT – 관리자는 먼저 의견을 물어본 다음, 그 의견을 존중하여 결정을 내린다.
- AGREE – 관리자는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과 논의하고, 합의를 통해 의견 일치를 이룬다.
- ADVICE – 관리자는 의견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릴 때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 INQUIRE –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한 다음, 나중에 그 결정의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한다.
- DELEGATE – 다른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도록 하고 자세한 내용까지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위임하고자 하는 업무가 있다면 그 업무에는 어떤 단계가 적당할지 생각해보고 위임을 한 번 시도해보자. 그런 다음 최적의 위임 단계를 찾기 위해 그 단계를 앞 뒤로 올리고 내려본다. 특정 업무가 현재 어떤 단계의 위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구성원들과 함께 알고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셋째. 인력 최적화는 미신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대부분의 관리자는 구성원들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스스로 불안해한다. 인력을 100%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120~130%의 업무를 부여해야 간신히 100%의 업무를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단언컨대 잘못된 믿음이다.
첫째, 우리에게는 항상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 있다. 여유 시간(slack)이 없다면 이런 일들은 도대체 언제 해결할 수 있을까?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팀의 역량이 100%라면 업무 수준을 80~90%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10~20%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오로지 팀원들의 선택이어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사람들이 그 시간을 의미있게 사용하리라는 믿음이 없어 매우 불안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 시간에 정말로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던, 자기 계발을 위해 학습을 하던,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던, 심지어 놀던,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Self-organization을 위해서는 관리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보다 그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서 일어나는 상당수의 비극은 참여자들 사이에 공동의 목표가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왔던 모든 조직을 보면 항상, 관리자, 기획자, 개발자, QA, 테스터, 디자이너, 인프라 등 모든 참여자의 목표가 서로 전부 달랐었다. 예를 들어, 기획자는 PPT 작성 및 관리자의 승인 완료가 목표였고, 개발자는 일단 돌아가기는 하는 소프트웨어 구현이 목표였으며, 테스터는 최대한 많은 개수의 버그를 찾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사실 이들 모두의 1차 목표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되어야 옳다. 서로 목표가 다를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서도 인력 최적화라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기획자는 프로젝트 막바지에 별로 할 일이 없지 않나요? 다른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죠.” “테스터를 프로젝트 초반에 투입하는 건 낭비에요.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합류하면 됩니다.” 이래가지고서는 공동의 목표를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다. 나는 모든 직군이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함께 끝내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에게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생겼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지 역시 그 사람들의 선택이다.
넷째. 조직 문화의 변압기가 된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최고 경영진으로부터의 변화(Top-down)와 일선 실무자들로부터의 변화(Bottom-up)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조직의 모든 계층이 합심하여 동시에 변화를 이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구성원들 각자의 이해가 전부 다르고 좀 더 복잡하게 얽혀있는 대규모 조직일수록 더욱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을 받은 일이 있다. “팀에 애자일 문화를 도입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상사의 반응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요. 그 분을 어떻게 설득해야 좋을까요?” 순간 생각난 두 가지 의견을 말씀드렸다. 그 중 하나가 “몰래 하세요”였다. 애자일에 부정적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최선의 방법은 말이 아닌 성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애자일이 아니더라도 모두 마찬가지다. 내가 몰래 하라는 의견을 드린 이유는, 상사 분을 설득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에너지를 쏟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직 문화가 한 번에 확 바뀔 수는 없다. 필연적으로 조직 내 어딘가는 변화를 빨리 수용하게 될테고, 다른 어딘가는 상대적으로 변화를 늦게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 사이에 서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 중간 관리자다. 중간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한 가지가 바로 조직 문화의 변압기다. 팀 내부로는 새로운 문화를 키워가고, 동시에 외부로는 기존 시스템과 문화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거기에서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그 반대 상황도 있을 수 있겠다.) 조직 내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면, 변화는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다.
다섯째. 메시지를 일치적으로 전달한다.
나는 아직 일치적(congruence)인 메시지 전달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언행일치와는 약간 다른 개념인데, 모든 상황에서 자기(self), 타인(other), 상황(context)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전부 고려하여 행동하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self)를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메시지가 되고, 타인(other)을 고려하지 않은 메시지는 비난하는 메시지가 된다. 메시지에 자기와 타인이 모두 빠지고 상황(context)만 남게 되면 지나치게 이성만을 앞세우는 메시지가 될 것이고, 세 가지 전부 고려하지 않으면 회피나 부정과 같은 부적절한 메시지가 되어버린다. 사실 메시지를 일치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관리자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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