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 플래닛 내부 콘퍼런스인 @Tech에서, “조직 문화 변화를 위한 관리자의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공유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그 동안 NBT 제품 개발 조직에서 일해오면서 내가 느껴왔던 관리자의 역할과 변화에 대한 생각을 두 차례에 걸쳐 정리해보려고 한다.
- Self-organization is not self-organized
- Self-organization을 위해 관리자가 알아야 할 5가지
- 변화를 만들기 위한 태도
우리 NBT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 조직과 SK 플래닛 같은 대규모 조직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다르지 않은 한 가지는 조직 문화의 변화를 위해 관리자, 특히 현장 관리자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확고해지고 있다.
Self-Organizing 팀
애자일 선언에는 12가지 애자일 선언 이면의 원칙이 있다. 그 중에서 조직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항목은 두 가지다.
그 중 첫 번째인 5번 원칙은 리더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동기가 부여된 개인들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구성하라. 그들이 필요로 하는 환경과 지원을 주고 그들이 일을 끝내리라고 신뢰하라.”
그리고, 12번 원칙은 팀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팀은 정기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이 될지 숙고하고, 이에 따라 팀의 행동을 조율하고 조정한다.”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자발적으로 동기가 부여된 사람들이 모이고 리더는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환경과 지원을 제공하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다. 그리고 팀은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실행한다. 우리는 이런 팀을 Self-Organizing 팀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Self-Organizing 팀은 왜 필요한 것일까?
Speed vs. Agility
우사인 볼트에게 주어진 목적지는 분명하다. 딱 100m 앞이다. 어떤 경로로 가야 할지도 명확하다. 옆 레인에서 어떤 선수가 뛰고 있는지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 있는 우사인 볼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당연히 속도(speed)다.
리오넬 메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스피드가 좋은 선수다. 하지만 메시에게 스피드는 중요한 여러 가지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경기의 흐름을 읽어서, 슛을 해야 할지, 드리블을 해야 할지, 아니면 패스를 해야 할지 신속하고 올바르게 결정할 수 있는 순간 순간의 판단력이 훨씬 더 중요하다. 그 판단력이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한다. 메시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기민함(agility)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은 100m 트랙이라기보다는 축구 경기장에 가깝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는 불활실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급변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런 환경에서 100m 달리기처럼 목적지를 찍어 놓고 정해놓은 길로 빠르게 달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매번 감독의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큰 전략을 이해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축구 선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목표는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해야 이룰 수 있다.
Self-Organizing 팀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90분 내내 감독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축구 선수를 상상할 수 있을까? Self-Organizing 팀은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관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애자일 방법론인 스크럼을 살펴보면, 스크럼에서는 관리자의 역할을 그리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스크럼 팀에 필요한 역할을 제품 책임자, 개발팀, 스크럼 마스터의 단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고, 스크럼 교육에 실제로 참여해보면 앞으로는 더 이상 관리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스크럼의 예를 들 필요도 없이, 관리자에 대한 개발자들의 인식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개발자들은 관리자가 자신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로막고,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프로젝트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도 있는 사악한 존재라고 규정한다. 또한, 자신이 관리자의 책임을 맡게 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타의에 의해 관리자가 되는 운명의 그 날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하고, 그 결과 자신도 그런 부정적인 모습의 관리자가 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관리자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인식은 왜 그렇게 부정적인 것일까? 그 이유는 정말 단순하다. 많은 관리자가 가치를 생산해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elf-Organizing 팀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관리자가 필요 없다거나 도움이 안된다는 말은 관리자들에게 위협적으로 들릴 수 있다. 조직의 변화는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군가에게 불행한 변화가 조직에서 과연 매끄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가 지금까지 얻은 결론은 “Self-Organizing 팀이 절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Self-Organizing 팀은 훌륭한 조직 문화 속에서 서서히 자라나는 것이다. 그런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관리자다. 관리자는 조직 문화를 훌륭한 모습으로 가꿀 수도 있고, 누렇게 말라 죽어버린 모습으로 망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자들, 특히 실무자들과 매일 매일 함께 일하는 현장 관리자들은 변화의 장애물이 아니라 오히려 조직 문화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또한 그렇게 될 때 조직 문화가 가장 훌륭하고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변화를 통해 Self-Organizing 팀이 자라날 수 있는 문화를 가꿔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일 먼저 관리자 자신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마무리
그렇다면 관리자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야 Self-organizing 팀이 자라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내가 생각하기에 Self-organization을 위해 관리자가 알아야 할 다섯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Self-organization is not self-organiz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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